봄, 꽃 만발하다 - 노연화
당신의 짐을 지고 간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이 지구처럼 무겁다
내 짐을 당신이 지고 갔다고 생각하는 순간
뼈 속까지 저리도록 감사하고 눈물겹다
한낱 작은 슬픔에 흔들리던 좁은 심사는
지구를 들고 우주를 휘저어도 가벼운 것을
깃털 같은 생의 무게를 멍에라 여겼었구나
마음의 그림자에 놀라고 스스로 움츠렸으니
겁 많은 사자가 한 알의 낙과에 도망치듯 했네
모든 비롯됨의 근원은 내부에서 끌어내는 일
남을 탓하고 비난하기 앞서 거울을 보라
즐거움이 넘쳐 천지가 축제일인 계절에
당신이 보내신 도처에 꽃이 무거운가
잎을 달고 가벼이 솟아오르는 빛의 사태
오롯이 벙그는 꽃짐이 화환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