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가슴에 품다 - 조덕자
내 마음 안에 낯선 기운이 소슬 거리기 시작했다
겨울 내내 뭉쳐 있던 가슴을 열어 놓고
계절과 시간을 비집고 소리없이 들려오는 전문 하나
겨울 햇살이 옹알이 한 뒤끝이라 그런지
아직도 바람은 내 아픈 눈 속으로 걸어 다니는데
통도사 홍매화, 봉긋한 가슴 내밀며 피고 있다는
알싸한 소식에 나는 좁은 봄의 수로를 따라
아지랑이 같이 도로 위를 겁 없이 달려 갔다
봄의 물길이 가슴에 차올라 숨이 가쁜데도
나는 길이 열리는 통도사 홍매화 나무 아래서 서서
지난 겨울 가난했던 내 마음을 햇살에
널어놓고 홍매화 부풀은 희망,
화사한 봄을 내 가슴속에 감춘 채
누가 볼까 봐 얼른 돌아서 나왔다
그런 내 마음 알았는지
내 등 뒤에서 홍매화, 하나 둘 마음의 문을 열고
톡,톡,내 발걸음에 맞추어 환하게 웃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