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 김기홍
누군가 풀꽃을 짓밟고 갔다.
어제는 현수가 다리 부러져 입원하고
오늘은 빔 위에서 내가 떨어졌다.
마른 손 적실 수 없는 강물은 흐르고
햇살처럼 반짝이는 현장소장 씰크카라
안개비 서늘한 강 건너 풀밭을 바라보며
라면으로 풀어져 앉은 벨트 위에서
죽은 살 한 겹 떼어낸다.
찌든 얼굴마다 햇살이 박힌다.
강바람 풀어놓고
종달새 제비 울어쌓는데
목련꽃 떨어져도 돌아오지 않는 어씨 영감
그냥 지나쳐 가는 우체부의 뒷모습에 눈을 심으며
오지 않는 편지를 읽는다.
김기홍 시집"공친날"[실천문학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