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 카드 - 황인숙
알지 못할 내가
내 마음이 아니라 행동거지를
수전증 환자처럼 제어할 수 없이
그대 앞에서 구겨뜨리네.
그것은, 나의 시절이 커튼을 내린 증표.
시절은 한꺼번에 가버리지 않네.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물, 한 사물
어떤 부분은 조금 일찍
어떤 부분은 조금 늦게
우리 삶의 수많은 커튼
사물들마다의 커튼
내 얼굴의 커튼들
오, 언제고 만나지는 사물과 사람과
오, 어?눗?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는 증얼거리네. 나 자신에게
그리고 신부님이나 택시운전수에게 하듯
그대에게.
축, 1월 !
황인숙 시집"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 놓고"[문학과 지성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