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랫줄 - 서정춘
그것은, 하늘 아래
처음 본 문장의 첫줄 닽다
그것은,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길게 당겨주는
힘줄 같은 것
이 한 줄에 걸린 것은
빨래만이 아니다
봄바람이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연분홍 치마가 휘날려도 좋고
비가 와서 걸리면
떨어질까 말까
물망울은 즐겁다
그러나, 하늘 아래
이쪽과 저쪽에서
당겨주는 힘
그 첫 줄에 걸린 것은
바람이 옷 벗는 소리
한 줄뿐이다
-현대시학.2005년 11월호-
2006년 오늘의 좋은 詩(박명용,최문자,이은봉,이승하 선정)[푸른사상]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