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다, 그리고 흐르다 - 정영미
처절하게 사랑하려고
처절하게 삶에 무게를 얹으려
떠나는 길은 아니었다
어떤 갈망이 무의식을 깨우치려함도 아니었다
채 마르지 않은 햇살을 등지고
나에게로 쉼 없이 흐르고 있는 명사들
도무지 알 수 없는 사각의 시간
그 울렁이는 깊이 속으로
열 개의 감정을 밀어 넣으면
결코 놓지 못할 실 금 같은 상처들이
너겁이 처럼 떠올랐다
와락 태풍처럼 달려 들어 목숨을 가두어도
때론 정점에서도 멈추지 못할 두 바퀴가 있어
태연히 지나쳐야 할 길이 있거늘
나를 닫는 저 육중한 문 틈 사이로 울리는 울림
-두어라 그냥 흐르게 두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