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치를 바르며 - 정채운
발열하는 팬 위에
설익은 사랑이 지글거리네
백년 느티나무 같이 단풍 들자던
그 여름 생생한 맹세들이
노릇노릇 빈혈을 앓기 시작하네
몸 뒤척이네
날 선 바늘 같은 삶의 발자욱들
부드럽게 재우라, 옆구리 달구는
화기서린 불꽃의 애정어린 직언
내 등 시리다고
너의 속 뒤집고 말았네
여린 가슴 속, 가시 하나 박고 말았네
속살 헤집어 가시를 바르네
내 가슴에 종주먹질, 성토에 성토를 더해도
비릿한 너의 아픔 발라지지 않고
창문 너머 시름시름
황달을 앓는 은행나무 한 그루
뼈를 세워 콕콕
내 정수리 회한을 바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