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공부 - 전성호
햇살은 어떤 색으로 어떻게 떨어질까
구름과 구름 사이 한달음에 내려앉는 선연한 모습
서쪽 하늘 해 넘는 벼랑에서
불끈 솟는 대작대기 빛의 높고 큰 힘처럼, 그것은
한여름 뙤약볕에 등줄기 까맣게 그을려 생채기를 남긴
그림자를 따뜻하게 덮혀주는 언어의 무늬들
구름을 앞가리개 삼아
부끄럼으로 제 빛 뽑아내는 햇살
쓰러지고 꺾일지언정 끊어지지 않는 빛의 절개는
공전과 자전에서 터득한 신비로운 발색반응
그 빛 따라가는 물속 불립문자 같은 고기떼도
옆구리 눈부신 비늘을 반짝인다
전성호 시집"캄캄한 날개를 위하여"[창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