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타타如如 놀이 - 박제천
당구를 처음 배울 때는 사람들 머리가 당구알로 보였어요
바둑을 배울 때도 사람들 머리가 바둑알로 보였지요
머리털을 밀고 거울을 보았더니
반짝반짝 빛나는 내 머리통이 당구알 같기도 하고
바둑알 같기도 했어요
배우고 싶은 무엇이 더 있어서가 아니었건만
누군가 내게 더 배워야 한다고 알려주나 봐요
그래서 딴사람들 머리부터 살펴보았어요
그랬더니 목 위에 있어야 할 머리통을
엉덩이에 매달고 다니거나 호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더군요
아예 금고에 넣어둔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만나보았어요
그런데, 사람과 달리
나무며 꽃들은, 바위며 산들은, 물이며 바람들은
골치 아픈 머리통을 그냥 잊어버리고 살더군요
천삼라 지만상처럼 그냥 그렇게 제자리에 살더군요
두두물물 모두가
눈 마주칠 적마다 그저 여여하게 살라 합디다
그래서 나 역시
반짝이는 내 머리통 따위는 잊어버리기로 하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