赤記 - 장석원
다스려지는 자의 눈빛으로
적들의 피를 바라보듯 햇빛 너머를 응시한다
죽은 그를 빨아올려 허공에 뱉어낸
나무의 적의를 나는 알 것 같다
젖어 있는 나무의 뿌리를
그를 휘감은 검은 핏줄의 악력을
아버지의 목덜미를 깨물 듯 나무에 혀를 박는다
단풍의 아가리에 머리를 쑤셔 박는다
그가 나를 사랑한 후에 쏟은 피
빨아 먹힌 후 그 몸은 빈 자루에 불과할 것이다
목 매달린 죄인처럼 바람결에 흔들리면서
확산되는 피의 영역에 갇혀 나는 처단되기를 기다린다
나의 눈구멍으로
모든 것이 빨려든다
거기 고요가 점화된다
붉은 고요에 감염되어 아버지를 기다리며
석양 속에서 나는 존다 빠르게 잊혀지기를 꿈꾼다
어둠이 이마를 만지자 나는 번지듯이 건너간다
가장 근원적인 혁명은 사랑하며 홀로 부패되는 것
그의 먹이가 되는 것 그를 먹이는 것
나를 흡수하여 점점 붉어지는 아버지
밖으로 허물어지면서 몸피를 키우는
소모되고 사라지려는 저 붉음이
사랑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