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식 자동 세차장 - 유정임
한 남자가 나를 인도했네
聖者처럼
다 알아서 그려 놓은 굵은 노란 선을 따라오라네
더렵혀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선을 따라갔네
터널 앞에서 그가 두 손을 들어 정지 신호를 보냈네
몸과 마음을 씻고 새 사람이 되어 나가는 길을
그가 세세히 알려주네
내 몸을 서서히 터널로 밀어넣기 시작했네
온몸에 비누가 섞인 물을 뿌렸네
나를 다 감싸고도 남을 만큼 커다란
수천 갈래로 된 걸레가 사방에서 달려들었네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닦어 댔네
다시는 눈 뜰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어둠이 내 속내를 꽉 채웠네
다시 물을 뿌리고 물기를 빨아드리고
뿌우,하는 신호음
어느세 터널 밖에 있었네
오늘도
몸 밖에 붙은 오물만 씻어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