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의별-작은 사건들 22
오줌이 마려워 절로 눈을 뜨는 아침입니다. 어제 나는 똥을 참았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그이처럼 문틈 너머 엿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벼운 노크가 두어 번 반복될 적마다 그녀의 향수가 두어 번 코를 쳤습니다. 냄새를 들키면 평생을 져야 합니다. 작별의 키스 직전 it's time, 이도 실은 이를 닦기 위해서였다나요. 똥을 밀어올리고 오줌을 끌어내리는 수축과 팽창의 피스톤 놀이 속에 별의 안부는 바야흐로 산란기였습니다. 어린 날 나를 때린 한 소년의 눈에서 별이 사라질 때, 얻어맞은 내 눈에서 무지개떡 색동으로 그 별이 와 빛날 때, 별 본 일 없음보다 별 본 일 있음으로 나는 위풍당당행진곡에 홀로 발맞추고 있었습니다. 가끔씩 출근길에 일부러 넘어져 지각 대신 푸른 멍을 연유 삼는 이유, 그거야 뭐 이따금씩 문어발식 댄스가 땅길 때도 있는 거니까요. 오줌을 누고 밑을 닦은 휴지에 빨간 고춧가루 한 점 하마터면 별인가, 콕 집을 만큼 반짝거렸습니다. 변비에는 역시 비코그린보다 알알이 다시마환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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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나이가 들어서 죽음이 임박한 무렵이 되면 맥동을 시작한다. 적색거성이 되어서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다가 질량이 큰 별은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고, 태양처럼 질량이 작은 별들은 행성상성운과 백색왜성으로 분리되어버리는 것이다. 문득,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안절부절 못하는 맥동하는 적색거성이 떠올랐다. 참다참다… 못참아서… 꽝… 사건이 터지고야 말았다. (작은 사건들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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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화장실 변기 위에 앉아 있을 때나 별 타령을 하게 되었다. 너도 시인이냐, 누군가 물으면 똥도 못 싸는 게 무슨 시인이냐 고개 숙이는 나날이다. 시든 똥이든 일단 좀 싸고 볼 일이다. 부끄러운 초여름의 어느 하루다.
김민정은… 1976년생. 1999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박인환 문학상(2007)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