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작업복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어린왕자 덕분에 소행성은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아스라한 추억의 별이 되었다. 소행성은 상대적으로 큰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자처럼 울퉁불퉁한 모양을 갖고 있다. 대부분의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에 위치하고 있다. 문득 소행성이 타원형 기차길을 따라서 돌고 도는 꼬마 기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늙은 선로공이야말로 꼬마 기차를 고치고 돌보는 어린왕자의 나이 든 어느 날의 초상이 아닐까.
오월의 태양이 지구에 머물 때, 배를 타고 밤으로, 배를 타고 밤으로……
황병승은… 1970년생. 2003년 <파라21>로 등단.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