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비 - 김영천
부옇게 안개비를 뿌린다
잡풀처럼
아무렇게나 서서
함부로 비를 맞는다
기세가 약하여도
쌓이면 큰 화가 되던 것들
그 이치를 모를까만
이 세상을 두고
비는 너무 관념적이다
우리가 소통하기에는
강물처럼 이렁이렁 하나로 흘러가기에는
지금은 참 어중간하다
작은 풀꽃들이
속마음 사알짝 내비칠까 하다가도
부끄러워 뚜벅뚜벅 제 발소리를 앞질러 간다
참 오랜만에 만끽하는 외로움인데도
어두운 구름 사이로 삐져나오는 하늘을 보며
제 뒷통수를 보듯
픽, 웃음이 나온다
나는 아무래도
이런 쓸쓸함 따위에는 도무지 신중치 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