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풍생이 - 김영애
시 한 편 쓴다는 일이
물고기 이름 하나로 족할까
금풍생이 구이
어찌 입에 달던지
샛서방하고만 먹는다는데
시 한 편 쓴다는 일이
물고기 이름에 걸려 넘어지는 일일까
금풍생이, 샛서방고기, 군평서니
다도해 깊은 속에 살아
뼈가 단단하고 머리만 커서 살도 별로 없다는데
시 한 편 쓴다는 일이
물고기 이름에 환장하여 미치는 일일까
금풍생이 살점 떼어서
무릎 꿇고 앉아 샛서방 입에 넣어주면
오직 맛으로만 먹는다는 황홀
시 한 편 쓴다는 일이
가시 다 발라내고나면
입에 들어갈 무엇도 별로 없건마는
샛서방질에나 족할 특별한 맛으로
탁월한 미각을 지닌
누군가를 홀릴 수 있어야 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