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의 편지 - 김형술
어떤 날은
흰 물고기들이 벽들 뚫고 쏟아져 나와
구름 사이를 날아다닌다 딱딱한
등줄기를 거슬러 오른다
투명한 지느러미를 가진 물고기들
쩔렁쩔렁
빈 호주머니 속의 손금이 된다
기호가 아닌, 상징이 아닌
아름다운 날것들의 날카로움
햇빛이 우레처럼 쏟아져
내 속의 빈 어항들을 깨뜨린다
반짝이는 한 잎 비늘인 채로
햇빛을 건너가는 벽의 꿈
물고기의 꿈
어떤 날은 푸른 지느러미들이
벽을 무너뜨리고 날아 나온다
벽 속, 벽 너머
깊이 모를 어떤 시간들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