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 위의 고둥하나 - 이명윤
핀으로 쿡 찍어 감아 돌리니 고단했을
세간살이가 샤르르 말려 나온다
참 깔끔한 몸이다
너를 무수히 덮쳤을 파도며 하루가 멀다고
달려 들었을 꽃게의 예리한 이빨에도
용케 견디어 왔구나 피멍으로 응고되었을
딱지는 네 눈물겨운 生의 훈장
보드라운 몸을 본다 놀랍게도 파도소리
사라진 식탁위에 아직도 또아리로 남아있는 집념
그래, 너는 한평생을 그렇게 온몸을 돌돌 말아
그놈들과 必死의 줄달리기를 하여 온 것이었어
그렇게 억척으로 세상을 버티어 온 게야
언제부터 그토록 무서운 生의 집념이 닿아 있었던 걸까
한낱 미물에게도 삶은 정녕 그런 것이었구나
이제 주인은 없고 빈집만이 남았으니
어떡한다? 고향으로 돌려 보내기엔
저 빈집의 기억이 너무 아프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