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의 이름들을 불칼로 자르리라 - 안현희
바람이 가르는 큰 산맥 등허리
그 깊은 골짝 은밀한 숲이라도
메마른 나뭇가지
성난 욕망이 부른다면
허무의 이름들을 불칼로 자르리라
대지의 중심에서 수십억 년 타오르던
이 땅 끝없는 생명의 노래여!
초록빛 일렁이는 계곡을 지나
바람이 풀어 놓는 지형을 타고
위선의 가지들을 모두 베어버리리라
절규하는 그대 뼈아픈 눈물 속에
거친 호흡을 가득히 불어넣으리라
그대가 숨 쉬는 미지의 하늘 아래
존재의 굳센 이름으로 일어서기까지
절망의 붉은 칼로 심장을 연단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