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 전봉건
나는 물이라는 말을 사랑합니다
웅덩이라는 말을 사랑하고
개울이라는 말을 사랑합니다
강이라는 말도 사랑하고
바다라는 말도 사랑합니다
또 있습니다
이슬이라는 말입니다
삼월 어느 날, 사월 어느 날, 혹은 오월 어느 날
꽃잎이나 풀잎에 맺히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물
가장 여리고 약한 물, 가장 맑은 물을 이름인, 이 말과 만날 때면
내게서도 물 기운이 돌다가
여위고 마른 살갗, 저리고 떨리다가
오, 내게서도 물방울이 방울이 번지어 나옵니다
그것은 눈물이라는 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