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앞에서 - 서지월
어제의 바람이
오늘 여기 풀잎에 와 불고 있다
내일의 바람을 또 어디선가
불어대기 위하여
어제의 바람은 쉴 새 없이
콧구멍도 열고 콧구멍도 열고
푸른 느티의 그늘에 와서는
日月의 벽을 허물고 있다.
어제의 바람이었던 내가
오늘의 풀잎으로 느끼는 것은
내일의 피리구멍으로 다시 살아남기 위함인가
전생엔 안스러웠던 마음이
지금은 파랗게 물들여져 왼몸으로 우는 뜻은
사뭇 비통한 하늘
금간 하늘의 일인가
꽃들아,꽃들아
네들도
어제의 바람을 나처럼 받고
피고 있느냐?
오늘의 바람 앞에서 나는
쓴 웃음 지우며 맹세하나니
새 무명옷 갈아 입고
구름으로 맹세 하나니
여기, 碑를 하나 세워 두고 가리라.
돌 쪼아 碑 하나 세워두고 가리라.
ㅡ서지월시집『지금은 눈물의 시간이 아니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