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을 줍는 마음 - 윤희상(1961∼ )
돌밭에서 돌을 줍는다
여주 신륵사 건너편
남한강 강변에서
돌을 줍는다
마음에 들면, 줍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줍지 않는다
두 손 가득
돌을 움켜쥐고 서 있으면,
아직 줍지 않은 돌이 마음에 들고
마음에 드는 돌을 줍기 위해
이미 마음에 든 돌을 다시 내려놓는다
줍고, 버리고
줍고, 버리고
또다시 줍고, 버린다
어느덧, 두 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빈 손이다
빈 손에도 잡히지 않을
어지러움이다
해는 지는데,
돌을 줍는 마음은 사라지고
나도 없고, 돌도 없다
도대체 마음에 든다는 것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그 마음은 왜 그리 자주 변하는 것일까. 삶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이거늘, 선택할 대상보다는 선택하는 기준이 늘 문제다. 마흔이 넘어서야 터득한 철칙 가운데 하나가 ‘첫눈에 드는 것은 일단 피하라’였다. 한때, 첫눈에 들어야 최고인 줄 알았다. 하지만 첫눈에 든 물건은 그만큼 빨리 시들해졌다. 큰 짐이었다. 사람도 그랬다. <이문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