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외수의 감성사전
가래침
감정대립시 상대방이 면상에다 뱉아주기 위해 목구멍 깊숙히 휴대하고 다니는 타액의 일종으로 일반적인 침보다는 접착력이 강하며 누우런 빛을 많이 띠고 있을수록 품질이 우수하다. 상대방에 대한 혐오감의 농도와 가래침을 뱉고 싶은 충동은 정베례하고 가래침에 대한 불쾌감의 농도와 상대방에 대한 자비심은 반비례한다.
장발족
머리카락에까지 한정 없는 자유를 부여해 주며 사는 봉두난발의 자연주의자들을 지칭하는 말로 머리카락이 길면 일단 장발족으로 간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통례로 되어있다. 한국은 한때 유교의 영향을 받아 머리카락을 소중히 하는 것을 효도의 시초로 생각했던 적이 있으며 고종때 내정개혁에 의해 단발령이 내려지자 선비들은 도덕이 땅에 떨어졌음을 통탄하여 며칠씩이나 비탄의 눈물을 흘렸다는 기록도 전해진다. 근세에 이르러서는 제 삼공화국 시절에 장발이 남에게 혐오를 준다는 죄목으로 경찰관이 가위를 들고 다니며 거리에서 단속하거나 적발하여 재판에 회부하는 강권을 발동시킨 적이 있다. 머리카락과 자유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유를 최대한으로 통제 당하는 집단은 대개 머리카락을 짧게 깎는다. 노예, 스님, 군인, 학생 등이 그 한 예이다. 의학의 성인 이제마 선생은 사상의학을 통해 사람의 머리카락이란 울창한 숲과 같으며 숲의 산사태를 방지하고 땅을 기름지게 하듯이 머리카락을 기르면 그만큼 건강도 좋아지고 수명도 연장된다고 설한 바 있다.
대머리
어느 모임이든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자리를 빛내줄 수 있는 이동식 인간 서치라이트. 자가 동력장치에 의해서는 빛을 발할 수 없고 오직 다른 발광체에 의존해서만 빛을 발할 수 있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얼굴의 영역이 확장되어 있으므로 비누의 소모량이 타인보다 많은 편이다. 그러나 머리의 영역이 축소되어 있으므로 샴푸의 소모량은 타인들보다 적은 편이다. 헤어스타일을 다양하게 바꿀 수는 없지만 가발은 다양하게 바꿀 수 있다.
강대국
인도주의로 포장된 여러 가지 공해물질을 약소국가에 강매하는 나라. 자국의 문화 쓰레기를 타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 타국의 전통문화를 가장 많이 파괴시키는 나라. 평화를 가장 많이 부르짖는 나라. 그러면서 전쟁에 가장 많이 관여하는 나라.
피뢰침
뇌성벽력 속에 오직 고용함을 지키며 기다리다가 일순간에 천둥번개를 낚아채 버리는 원효대사의 낚시바늘.
3맹 세대
컴맹, 팝맹 햄맹 상태에 빠져 있는 세대를 말하며 컴퓨터와 팝송과 햄버거를 모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전쟁
인류에게 평화를 가져다주기 위해 인류의 평화를 파괴시켜 버리는 정신질환적 집단 행위.
선진국
다른 나라보다 먼저 물질과 문명을 선택하고 자연과 인간을 버린 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