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방황은 큰 사람을 낳는다 - 마 데바 와두다
16. 모방
<남의 흉내나 내고 있진 않은 지 살펴 보라. 남을 흉내내면 자기 속안의 진짜 씨앗은 살아날 수 없으니. 그대 의식의 칼로 베어라. 흉내내기를. 아무리 고통스럽다 해도 단칼에 베어라. 고통이 뼛속까지 사무치겠으나 그 베힘으로 그대 자신, 그대 진면목이 드러나리니>
구지 선사는 선문답으로 엄지손가락을 일으켜 세우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그런데 한 어린 학승이 선사를 흉내내어 누가 물으면 엄지손가락을 번쩍번쩍 일으켜 세우는 것이었다. 구지 선사가 그 얘기를 듣고 가봤더니 마침 녀석이 그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선사는 녀석의 팔목을 꽉 붙들고는 칼을 빼들어 엄지손가락을 싹뚝 잘라버렸다. 어린 학승은 아우성을 치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선사가 외쳤다.
<이놈, 게 섰거라!>
학승이 엄칫 서서 뒤돌아 보니 고통의 눈물 사이로 얼핏 스승이 보였는데,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 올려 보이고 있는 거였다. 학승이 저도 모르게 습관대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려는 찰나... 자기 손가락이 없음을 알아챘다. 학승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깨쳤던 것이다.
스승은 손가락 하나라도 불필요한 행동을 결코 않는다. 구지 선사가 날이면 날마다 온종일 엄지손가락을 일으켜 세우곤 했던 게 아니다. 구지 선사는 선적인 물음에 답할 때만 그리했다. 왜? 그대의 모든 의문, 의혹들은 그대가 조각나 있고 찢겨져 있고 혼란 속에 있고 부조화 속에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 명상이란 무엇인가? 그건 그대를 통합하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구지 선사에게 있어 설법이나 강의는 부차적이다. 그에게는 엄지손가락 치켜들기가 진짜 알맹이다. 구지 선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이어라! 그러면 모든 의문이 플리리니" 한데 어린 학승이 무턱대고 선사를 흉내내기 시작했다. 당연하지만 그 흉내내기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할 엉뚱한 곳으로 데려갔다. 흉내내기란 아무 근거도 없는 망상같은 것이다. 그건 전혀 자기 자신에게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속안에 자신의 씨앗을 간직하고 있다. 그런데 남을 흉내내기 시작하면 그 씨앗은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된다.
흉내내기는 가차없이 베어야 한다. 여기서 엄지손가락은 바로 베어져야만 하는 흉내내기이다. 어린 학승은 아주 호된 맛을 봤을 것이다. 그 고통이 그 존재의 뿌리 밑까지 사무쳤을 것이다. 바로 그 사무치는 순간에 구지 선사는 외쳤다. "게 섰거라!"하고. 그러자 사무치던 고통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스승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것을 본 제자는 자신도 모르게 제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려다가 처음으로 알아챘다. 자신이 곧 몸뚱아리가 아님을 제자는 눈 떠 알았다. 자신은 바로 영혼이며, 몸뚱아리는 한낱 영혼의 집임을. 그대는 속안의 빛이다. 램프가 아니라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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