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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여잔 다 이뻐」(시인 김소연) 2009년 6월 29일_마흔네번째 |
심리학에서는 긴장감의 이완작용에 의해서 웃음이 가능해진다고 정의하고 있다. 긴장감이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예측하고 있는 심리적 작용인데, 그 불안감이 안도감으로 바뀔 때에 웃음이 유발된다는 뜻이다. 칸트는 '기대에 대한 반전과 배반이 웃음을 낳는다'라고 말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아니라 그것에 배반할 때에 우리가 웃게 된다는 이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니 한치 앞이 간질거리는 느낌이 든다. 한치 앞에 대한 불안감에 이상한 신뢰감이 생기기도 한다.
신은 우리를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 살도록 만들어 놓았고, 일종의 애프터서비스처럼 웃음 또한 선물해 주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고, 건강하려면 많이 웃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이런 말들은 어쩐지 거짓말의 일부 같기만 하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을, 긴장감과 불안감 또한 건강의 일부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어진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흥부전은 순전히 웃고 까불자는 서민들의 장난기가 발현된 작품이다. 구절구절 언어유희와 풍자와 해학 등을 만끽하는 서민적인 문체를 보면 다 알 수 있다. 익살스럽고 만화적이다. 흥부전을 접하는 사람들을 더더욱 웃게 만들려고 어쩌면 흥부의 가난과 놀부의 핍박을 과잉으로 만들지는 않았을까. 더욱 가난하고 더욱 괴로워야 더 크게 웃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당시 사람들은 미리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자본주의가 서서히 만들어져 갈 그때에, 가난한 서민들은 돈 때문에 불안하고, 가진 것이 없으므로 항상 불안했고 서러웠을 것이다. 흥부전의 익살과 유희성은 그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싶다.
또한, 웃음은 쌍방향적이다. 일방적으로는 웃음을 유발할 수가 없다. 웃음이 가능하려면, 서로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나의 긴장에 마음껏 반전을 꾀해 주리라는 기대, 그래서 내가 이완되리라는 기대, 그 기대감이 약속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할 때에만 웃음이 가능하다. 나를 웃겨 주리라는 필요 이상의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하고, 나를 웃길 리가 없다라는 필요 이상의 불신도 하지 말아야 한다. 적절한 신뢰 속에서, 가장 느슨한 긴장감을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대개의 여성들은 자신의 표정 중에서 웃는 얼굴을 가장 자신 있어 한다. 웃는 얼굴이 안 예쁜 경우는 아주 드물다. 거울을 들여다보고 씨익 웃는 자기 얼굴을 한번쯤 관찰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웃는 얼굴이 예쁘다. 왜냐하면, 웃을 때의 자기 얼굴이 어떨지 궁금해할 만큼 자기 자신에 대한 궁금증이 있고, 그만큼 자기애가 충만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런 사람은 웃는 얼굴도 예쁘겠지만, 웃음 이전의 긴장과 불안도 자연스럽게 방치할 줄 아는 지혜를 체득한 사람일 거다. 웃음이 많은 사람이 사랑스러울 수 있는 것도 그만큼 불안하게 흔들리는 인간적인 존재일 거다.
예전에 <웃는 여잔 다 이뻐>라는 가요가 있었다. '웃는 여잔 다 이뻐, 아마 나도 사랑할 때가 됐나 봐'라는 노랫말이 있었다. 잘 웃는 여자는 그만큼 불안한 여자고, 웃는 여자가 다 이뻐 보인다는 말은 그 배면의 불안을 감싸안아 줄 만큼 성숙해 있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므로 사랑할 자격이 있다는. 웃는 여자는 정말로 다 예쁘다. 웃는 남자도 참으로 싱그럽다. 우리는 그저 웃음이 나와서 웃지만, 그 웃음 속에는 '나는 불안하다'와 '당신을 신뢰한다'와 '당신을 사랑한다'는 뜻이 장전돼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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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이 글과는 상관없지만 우리는 살다가 '배꼽이 빠지도록' 웃는 경우가 있습니다. <BR>이런 경우 스스로의 얼굴을 스스로 확인하지 못하죠? <BR>대부분 내가 배꼽을 잡고 웃는 걸 다른 사람이 보게 됩니다. <BR>배꼽이 빠지도록 웃는 모습을 보려고 스스로 거울을 든다 해도 거울 집는 동시에 그 웃음은 사라집니다. <BR>셀카를 찍어도 그 절정의 순간은 찍어내지 못하죠. <BR>왜냐하면 <BR>거울이든 카메라든 의식을 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BR>절정에 이르면 거울이고 뭐고 생각나지 않기 때문입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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