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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처녀」(소설가 김도연) 2009년 6월 26일_마흔세번째 |
고모님이 오셨다, 양념 치킨 한 마리를 사들고. 술잔을 권하며 애인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웃으며 술잔만 비웠다. 고모님이 사는 마을에 조선족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고 한다. 친한 모양이다. 고모님은 용의주도하시다. 내 나이를 묻는다. 힐난의 감정을 조금 묻혀서. 고모님은 내가 하는 일이 붓글씨를 쓰는 건 줄 안다. 글과 붓글씨라. 어딘가에서 핀트가 어긋났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냥 술만 마신다. 마침내 고모님은 내 손을 잡고 말씀하신다. 함께 연변에 가자고. 450만 원만 있으면 가능하단다. 여자 집에서 일주일을 지내다가 마음에 들면 데려오는 거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여자 집으로 가면 된단다. 스물세 살까지 가능하단다. 우리 조카가 어디가 못나서 장가를 못 가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덕분에 소주 한 병을 모두 비웠다. 아궁이 앞에서 담배를 피웠다. 세밑의 눈보라. 잉걸불의 아궁이. 빠져나가지 못하는 연기. 먹을것을 찾아 떼거지로 몰려온 귀신들. 잠이나 자자고 누운 자리… 이러다 저 아래 태국, 필리핀까지 내려가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닐까. 갈수록 인생이 장밋빛으로 변해 간다. 뱃속으로 들어간 들꿩과 산토끼가 밤새도록 퍼덕거리고 들뛰는 겨울밤, 변해 가네,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변해 가네.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연변 처녀여, 미안하다. 모든 것은, 최악을 고집하는 나의 우둔함이 원인이다! 결국 남한 땅에만 국한되었던 내 세계관만 넓어지고 말았다.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동안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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