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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였을까」(소설가 한창훈) 2009년 6월 11일_서른두번째 |
우리 마을에 초상이 났었다. 장성한 네 딸이 모여 아버지 초상을 쳤다. 딸자식이 많은 집 초상은 유난히 슬프다고 했는데 그 집이 그랬다. 사흘 동안 울음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드디어 발인하는 날. 상여로 옮기기 직전, 집에서 망자의 마지막 식사 시간이었다. 많이 잡수고 가십시오. 네 딸은 고봉으로 담은 제삿밥을 올리고 나서 꿇어앉았다. 함지박만 한 엉덩이를 뒤로 내민 채 짜내는 울음을 쉰 목소리로 이어 갔다. 그리고 그 순간. 뿌우웅. 네 딸 사이에서 적잖은 방귀가 터져나와 버렸다. 줄지어 서 있던 문상객들은 쿡쿡, 웃음 참느라 곤욕을 보는데 정작 괴로운 이는 딸들이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그냥 있자니 모양새나 상황이 너무 민망했다. 형국 변환 시도로 큰딸이 무작정 몸을 날렸다. 짝, 소리가 나게 방바닥을 치고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요. 아부지 가시는 길에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이요.” 이러다가 뒤집어쓰겠구나 싶은 둘째가 언니의 자세를 뒤따르며 외쳤다. “나는 아니요, 아부지. 나는 아니요.” 그럼 셋째인들 가만 있겠는가. “이런 경우는 없소. 아부지 가시는 길에 이래서는 안 되는 법이요.” 코너에 밀린 막내까지도 바닥을 치며 악 쓰듯 외쳤다. “아부지는 아실 것이요, 아부지는 정녕 아실 것이요.”
우울했던 초상의 끝이 웃음바다가 되어 버렸다. 상여 나가는 내내 여기저기서 웃음 소리가 끊어지지 않았다. 울음과 웃음이 한장소 같은 시간대에 뒤범벅되어 버린 것이다. 이상하지는 않았다. 자신이 떠나는 자리에 웃음 소리 돋아났다면 그 인생도 괜찮은 인생 아니겠는가. 어쨌든 그렇게 곤란한 상황은 벗어났는데 누가 끼었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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