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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습니다」(소설가 한창훈) 2009년 6월 8일_스물아홉번째 |
중년에 접어들면서 예전 친구들이 생각나곤 합니다. 요즘은 무엇을 하는지, 자식들은 어떻게 자라는지, 큰 병이나 앓고 있지는 않는지 궁금하죠. 간혹 보기도 하고, 못 본다 하더라도 그럭저럭 근황을 듣기는 하는데 그중에는 전혀 소식을 모를 친구도 있게 마련입니다. 저에게는 인규라는 친구가 그렇습니다. 인규는 고등학교 때 친구였습니다. 일생 중에서 가장 감정적이고 불안한 시기를 함께 보냈으니 유난히 추억거리가 많죠. 서로의 자취방을 숱하게 오가며 라면 끓여먹고 팔씨름도 하고 술에 취하면 쓸쓸한 노래도 함께 불렀습니다. 담양에 있는 그의 집에서 딸기밭 갈고 소똥도 같이 치웠죠. 심지어 낭인처럼 세상을 돌아다니던 20대 초반, 지쳐 버린 저는 한동안 그의 자취방에서 밥 끓여먹으며 지내기도 했습니다. 만나면 반갑고 떨어지면 서운하고 못 보면 엉덩이가 근질근질한 그런 사이였죠. 저는 20대 후반에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한 시절 또 떠돌았습니다. 그러다가 그를 만났죠. 졸업반 취업 준비 중이던 그는 내 몰골을 보더니 혀를 차며 식당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의 입에서는 토플, 공무원 시험, 기업의 면접 형태 따위가 자꾸 나왔죠. 내가 심드렁하자 따지듯 물어 왔습니다. “너는 임마, 도대체 어떻게 살려고 아직도 이 따위로 돌아다니는 거냐.” 나는 소설가가 되겠노라고 답했습니다. 그는 피싯, 피싯 웃었습니다. “소설가가 된다고?” “그래.” “소설가 다 뒈졌는갑다. 개나 걸이나 다 소설가 되는 줄 알어.” “왜, 나는 소설가 되면 안 되냐?” 가소롭다는 얼굴을 하던 그는 별안간 열 손가락을 쫙 펴보였습니다. “뭔데?” “니가 소설가가 되면 이 열 손가락 모두 장을 지진다.” “정말?” “걱정 말고 돼 보기나 해라.” 득의만만한 웃음은 쉬 떠나지 않았는데 그게 마지막으로 본 거지 뭡니까. 오래 전 통화가 한두 번 되었는데 첫 번째 소설집이 나온 뒤로는 전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이 친구를 찾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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