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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번출구」(시인 정끝별) 2009년 5월 21일_열여덟번째 |
문자가 날아왔다. “사호선○○○역칠번출구방의원입니다 031-383-××××”. 뭠미? 어젯밤 모임에서 만났던 지인이었다. 문자를 날렸다. “메시지잘못왔어유^^ 난아직도몽롱@@중인데 벌써또한껀을?^^”. 문자를 잘못 날린 지인이 갑자기 정다워졌다. 나만 잘못 날리는 게 아니라는 안도감이 훈훈한 동지애로 화하는 찰나였다.
모처에 심사하러 갔을 때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으로 후배가 와 있었다. 부문별로 방을 달리해 진행되었기에 먼저 끝나면 문자를 날리기로 했다. 내가 먼저 날렸다, “우린끝!”.
심사 뒤풀이로 식사를 하고 있는데, 선배 마누라로부터 부르르 부르르 진동이 계속 왔다. 식사를 끝내고 후배와 함께 나오면서 전화를 걸 때까지도 몰랐다. “우린끝!”이 후배가 아닌, 선배 마누라에게 잘못 갔다는 걸. 문제는 뜬금없는 ‘우린끝!’을 받은 선배 마누라. 상상력이 마구마구 발동하기 시작. 선배에게 득달같이 전화해 “혹시 당신에게 올 메시지 아냐?" 심문도 해보다 급기야 선배와 머리를 맞대고 아귀를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도 전화로. 결론은, 연애하는군, 그런데 싸웠나, 아니 헤어졌군, 이었단다. 그리고는 딱 걸렸으니 대란다, 누구였냐고. 아쉽게도(!) 선배 마누라가 후배를 아는 사이여서 전화까지 바꿔주며 버선목을 뒤집어 버리기는 했으나…
문자는 늘 짧게 마련이고, 선배 마누라가 후배와 이름이 비슷했다는 게 문제였다면 문제. 수신자 이름 입력 검색 중 커서가 한 칸 더 내려갔었나 보다. 뭐, 한두 번 일도 아니다. 시집을 낼 때였다. 추천의 글을 메일로 확인한 후 인쇄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오후가 다 가는데도 도통 기별이 없었다. 문자를 날렸다. "종일기다리다눈이빠질지경이야요@@". 느닷없는 스승뻘 소설가로부터 문자가 날아왔다. "기다려라달려간다칠번출구!" 아, 이건 또 뭠미?
어쨌든, 어젯밤의 지인에게 문자를 날린 직후였다. 어젯밤 모임에서 발모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지인이 십 년은 젊어 보며 그 연락처를 물었던 기억이 때늦은 전광석화처럼 떠올랐다. ‘속알머리’ 없는 나도 나려니와 ‘주변머리’까지 총체적으로 부실한 남편을 위해 물었던 것이다. 훈훈한 동지애가 싸늘한 열패감으로 화하는 찰나였다. 다시 문자를 날렸다. "아하^^ 헤어! 제가착각@@ 감솨-*_*" 금세 문자가 날아왔다. "병원이름이방이에요ㅋㅋ 즐모 성취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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