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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눈물의 감동 속에도 웃음이 있다 」(시인 신달자) 2009년 5월 18일_열다섯번째 |
웃음이란 반드시 기쁜 일이나 재미있는 일에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안다. 어쩌면 진한 감동의 눈물 속에서도 웃음은 나오는 것이라는 것을 나는 안다. 그런 웃음은 맑고 눈부셔서 막 빨아 햇빛 속에 널어 놓은 하얀 옥양목 수건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고운 흰빛이 환하게 눈부신 웃음은 그런 감동의 순간에 슬픔의 끝자락에서 묻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웃음은 절망의 순간에도 터져 나올 수 있으며 고통의 순간에도 결코 멀어지지 않는 우리들의 가슴 속 꽃잎 같은 것일 것이다. 그 웃음을 지금 우리들은 꽃피워 내야 한다. 나는 어렵고 힘든 시절을 살아 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것은 우리 민족의 피에 웃음의 혈맥이 뛰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는 '신바람'이라는 넉넉하고 희망적인 유전자가 있었다. '흥'이라는 유전자가 있었다. 그 유전자들은 바위를 뚫고 일어나 솟는 힘을 가졌으며, 그 힘은 우리들의 태산을 가볍게 오르는 극복의 정신으로 이어져 왔던 것이다. 그래서 불덩이 속에서도, 재가 된 파산 위에서도 웃음을 이끌어 내고 '다시'라는 희망의 횃불을 밝혀 온 민족인 것이다. 그 힘이 웃음이었다. 둘이 모이면 노래를 부르고 셋이 모여도 노래를 부르며 지켜 온 것이 우리들의 웃음이었던 것이다. 철골 같은 우리들 정신의 저돌적 극복은 웃음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이 웃음을 살려내야 한다. 더 큰 웃음, 더 힘있는 웃음, 더 높은 웃음을 너도 나도 이끌어 내어 우리나라를 다시 일으키는 힘의 유전자로 키워 올려야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눈길>을 읽고 마냥 울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넘어간 집을 아들이 오기까지 지키며 그 집에서 아들을 보내고 다시 눈길 위의 아들 발자국을 되짚어 돌아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넋 잃고 울었던 것은 아니다. 세상에는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인간의 혈맥이 있는데 이런 슬픈 장면에서 예상치 못한 미소와 웃음이 번진다. 그렇다. 이런 미소와 웃음이야말로 영원히 변치 않는 웃음, 영원히 우러나오는 샘 같은 웃음이 아니겠는가. 일본의 구리 료헤이의 원작 <우동 한그릇>을 읽고 울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그리고 어떤 표정을 지었는가. 눈물이 볼을 적셨다. 그리고 소리내어 울었다. 그리고 그 후는 어떤 표정이었나. 그 다음 우리는 이 세상에서 결코 그냥 만들어 낼 수 없는 맑은 미소와 웃음을 지었다. 그 웃음 장미 한 송이와 견줄 것인가. 그 웃음 목련 한 송이에 비할 것인가. 그것이야말로 인간이 만든 인간의 내면에 살아있는 사람의 웃음이며 향기 짙은 꽃이다. 비단 한 폭보다 질기고 아름다운 웃음, 지금 우리는 웃어야 한다. 인내에게는 이런 웃음의 비타민이 필요하다. 혼자서 웃고 둘이서 웃고 셋이서 웃으며 웃음으로 집안을, 이웃을, 사회를, 국가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 우리에게는 그런 힘이 있다.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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