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6,512 추천 수 15 댓글 0
아침에 집을 나서다 막 피기 시작하는 개나리꽃을 보았습니다. "어, 개나리 피었네!" 하는 소리가 나오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좋아서 혼자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어쩌면 좋아'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나리꽃이 피었다고 뭘 어찌 해야 되는 것도 아닌데 그냥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가슴이 설레었습니다.
백목련 잎이 막 벌어지면서 속에 있던 연한 연두색을 띤 잎이 입을 조금 열고 있는 게 보였습니다. 하루 이틀만 있으면 백목련도 하얀 등불 같은 꽃을 피울 것 같습니다. '백목련이 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훈풍에 가지를 맡긴 채 가볍게 몸을 흔들고 있는 백목련 나무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직 준비가 덜 되었는데 갑자기 반가운 손님이 들이닥쳤을 때의 심정과 같은 마음으로 꽃들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날이 풀리면 한 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 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소리 없이 웃으며
기다리던 그이 문 앞에 와 서 있듯
백목련 배시시 피어 내 앞에 서 있네
(......)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꽃소식」
"어어 이 일을 어쩌나 /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지금 그런 심정으로 꽃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2,625 | 2023.02.04 |
3160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 風文 | 189 | 2024.11.08 |
3159 | 돈은 '힘'이다? | 風文 | 300 | 2024.11.08 |
3158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현모양처 外 | 風文 | 229 | 2024.11.08 |
3157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화장 外 | 風文 | 226 | 2024.11.06 |
3156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잡초 外 | 風文 | 244 | 2024.11.04 |
3155 | 박테리아의 무서운 진화 | 風文 | 189 | 2024.11.04 |
3154 | 아이들이 숲에서 써 내려간 시(詩) | 風文 | 246 | 2024.11.01 |
3153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섬 外 | 風文 | 241 | 2024.11.01 |
3152 | 딸의 마음속 이야기 | 風文 | 216 | 2024.10.30 |
3151 | 이외수의 감성사전 - 군대 外 | 風文 | 643 | 2024.10.28 |
3150 | 이외수의 감성사전 - 말단사원 外 | 風文 | 174 | 2024.10.25 |
3149 | 비타민D를 어디서 구할까 | 風文 | 690 | 2024.10.25 |
3148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주정뱅이 外 | 風文 | 635 | 2024.10.24 |
3147 | 가공식품의 위험성 | 風文 | 682 | 2024.10.24 |
3146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크리스마스 外 | 風文 | 646 | 2024.10.23 |
3145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수면제 外 | 風文 | 659 | 2024.10.22 |
3144 | 식사 때 지켜야 할 수칙 | 風文 | 664 | 2024.10.22 |
3143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정오 外 | 風文 | 623 | 2024.10.21 |
3142 | 몸이 말하는 신호 | 風文 | 245 | 2024.10.21 |
3141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엑스트라 外 | 風文 | 601 | 2024.10.18 |
3140 | 혼은 어디로 갈까 | 風文 | 610 | 2024.10.18 |
3139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주인공 外 | 風文 | 535 | 2024.10.17 |
3138 | 지옥 같은 고통은 왜 올까 | 風文 | 505 | 202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