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6,780 추천 수 10 댓글 0
고고한 몸짓으로 날아가던 새들이 물가 진흙탕에 내려 물고기를 잡아먹는 걸 볼 때가 있습니다. 비린 물고기로 허기를 채우기 위해 그 우아하던 날개에 온통 진흙칠을 하고 있는 다리 긴 새들. 꽉 다문 조개의 입을 벌리기 위해 부리로 여기저기 두드리거나 들었다 놓는 동안 깃털과 입가에 온통 흙물을 묻힌 채 분주하게 움직이는 새들. 점점 더러워지는 물가, 줄어드는 먹이, 그래도 먼 길을 가기 위해선 뻘흙을 파지 않으면 안 되는 새들의 모습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먹이를 찾는 그 새들의 처절한 모습을 유심히 들여다보다 다른 생각이 듭니다. '소름끼치는 털투성이 벌레를 잡아먹어 가면서도 저 새들은 저렇게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구나. 온 몸에 흙칠을 해가면서도 저 새들은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구나. 제 하늘 제 갈 길을 찾아 가는구나. 저렇게 하면서 제 소리 제 하늘을 잃지 않고 지켜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름다운 새들이라고 이슬만 마시거나 귀한 나무열매만을 먹으며 고고하게 사는 게 아니라 처절하게 사는구나. 그들의 그런 처절함을 보지 않고 우리는 멀리 떨어져 바라보며 그저 편한 생각, 인간 위주의 한가한 생각만을 해 왔구나' 하는 생각 말입니다. 사실은 사람도 짐승도 다 그렇게 사는 게 아닙니까? 생존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런 뜨거운 면이 있으면서 그걸 못 본 체 안 본 체 외면하며 사는 때는 없는지요.
물론 제 한 목숨 지탱하는 일만을 위해 약한 자를 짓밟고 착취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생존의 최고 가치는 약육강식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런 탐욕스러움만으로 살아가는 사람과 짐승이 있습니다. 그러나 있는 힘을 다해 먹이를 찾고 그 힘으로 다시 아름다운 소리를 숲에 되돌려 주는 새처럼, 힘찬 날갯짓으로 하늘에 가득한 새처럼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땀 흘려 일하고 그 건강한 팔뚝으로 인간다움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은 아름답습니다. 성실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나서도 제 빛깔 제 향기를 지니는 사람은 훌륭하게 보입니다. 궂은 일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고 고생스럽게 일하면서도 자상한 엄마와 따뜻한 아빠로 돌아와 있는 이들의 모습은 존경스럽습니다. 거기에 여유와 나눔과 음악 한 소절이 깃들어 있는 것을 상상해 보는 일은 상상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습니다.
그래서 오늘 똑같은 그 새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아니 똑같은 그 새들을 다르게 봅니다.
공지 | isGranted() && $use_category_update" class="cate">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6 2024
風文
Nov 04 2024
風文
Nov 04 2024
風文
Nov 01 2024
風文
Nov 01 2024
風文
Oct 30 2024
風文
Oct 28 2024
風文
Oct 25 2024
風文
Oct 25 2024
風文
Oct 24 2024
風文
Oct 24 2024
風文
Oct 23 2024
風文
Oct 22 2024
風文
Oct 22 2024
風文
Oct 21 2024
風文
Oct 21 2024
風文
Oct 18 2024
風文
Oct 18 2024
風文
Oct 17 2024
風文
Oct 17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