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7,399 추천 수 22 댓글 0
가장 아름다운 빛깔로 멈추어 있는 가을을 한 잎 두 잎 뽑아내며 저도 고요히 떨고 있는 바람의 손길을 보았어요
생명이 있는 것들은 꼭 한 번 이렇게 아름답게 불타는 날이 있다는 걸 알려 주며 천천히 고로쇠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만추의 불꽃을 보았어요
(......)
가장 많은 것들과 헤어지면서 헤어질 때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살며시 돌아눕는 산의 쿨럭이는 구릿빛 등을 보았어요
어쩌면 이런 가을 날 다시 오지 않으리란 예감에 까치발을 띠며 종종대는 저녁노을의 복숭아빛 볼을 보았어요
깊은 가을,
마애불의 흔적을 좇아 휘어져 내려가다 바위 속으로 스미는 가을 햇살을 따라가며 그대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또 혼자 깊어가고 있는지요
제 시 「깊은 가을」입니다. 나뭇잎들이 나무와 하나씩 하나씩 헤어지고 있습니다. 나뭇잎들이 깃들어 살던 산과 결별, 결별하고 있습니다. 나뭇잎을 하나씩 열씩 뽑아내며 바람은 고요히 떨고 있고, 헤어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돌아눕는 산의 구릿빛 등이 숙연합니다.
편안하고 낯익던 시간들과 결별하는 늦가을입니다. 헤어지면서 아름답게 불타는 가을입니다. 나무에게도 황혼이 찾아온 것입니다. 제 안에서 노을이 물들고 있는 것입니다.
결별하는 가을을 향해 나는 금관악기를 붑니다. 헤어지는 것들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루 종일 음악을 들려주는 일입니다. 이 소리 그대도 듣고 있는지요? 어느 산기슭 어느 벼랑에서 혼자 깊어가고 있을 그대도 온 산의 나무들이 헤어지며 내는 이 아프고 아름다운 소리 듣고 있는지요?
공지 | isGranted() && $use_category_update" class="cate">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023.02.04 |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8 2024
風文
Nov 06 2024
風文
Nov 04 2024
風文
Nov 04 2024
風文
Nov 01 2024
風文
Nov 01 2024
風文
Oct 30 2024
風文
Oct 28 2024
風文
Oct 25 2024
風文
Oct 25 2024
風文
Oct 24 2024
風文
Oct 24 2024
風文
Oct 23 2024
風文
Oct 22 2024
風文
Oct 22 2024
風文
Oct 21 2024
風文
Oct 21 2024
風文
Oct 18 2024
風文
Oct 18 2024
風文
Oct 17 2024
風文
Oct 17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