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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하여 낮은 울타리가 되고
우리가 함께하여 도롱뇽의 친구가 되는 것은 우리의 마음이 먼저 물들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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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쌀쌀해진 겨울의 초입입니다.
오랜만에 편지글을 드리면서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지 망설이게 됩니다.
지금부터 저는 지난 몇 달 동안 제 마음에 거칠고 엉글게 엮여있던 이야기들을 드려보려합니다.
여러분들은 혹, 지난 10월 한 달 동안 중앙일보를 비롯한 몇 곳의 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실려 있었던
‘천성산 손실에 관한 정정, 혹은 반론 보도문’ 을 본 일이 있으신지요.
저는 여러분들이 무심히 보아 넘겼을지도 모르는 단 몇 줄의 반론 보도문을 싣기 위해 꼬박 1년 동안
몸에서 떨어져 나간 깃털이 허공을 떠돌듯 세상을 부유하며 다녔습니다.
3000건이 넘는 천성산 관련기사를 정리하여 15개의 언론사에 3차례에 걸쳐 공문을 띄우고, 청와대 정책실을
비롯하여 170배나 과장된 천성산 손실 문제를 아무런 의심없이 인용하였던 대학과 연구소 등에 30통이 넘는
공문과 편지글을 띄우는 일도 그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잡습니다. 중앙일보 2008년 2월 25일자 E 면 ‘지표보다 현장 챙겨 기사 중’ 본지 2008년 2월 25일자 E 면 ‘지표보다 현장 챙겨라 립서비스 경제는 이제 그만 중’ 기사에서 천성산 터널 공사가 중단 된 기간은 10개월이 아니라 6개월 이기에 바로 잡습니다. 공사가 중단 된 6개월 동안 시공업체가 입은 직접적인 손실은 145억 원이라고 밝혀왔습니다. |
현제 대부분의 기관과 교수님들은 질문 자체를 무시하여 답신조차 않는 상황이며 간혹 답신 하신 분들도
자신들이 인용한 잘못된 추정치를 믿을 수 밖에 없었던 정황에 대한 변론으로 일관하고 있기에 때로는
분이나 속을 끓이기도 하였습니다.
게다가 이제 관용구가 되어 버린 천성산 손실 문제에 대한 반론 보도문이 실린 후, 오히려 지인들로 부터
'이제와서 다 끝난 일을 들추어 바로잡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질문을 받아야 했으며, 거대 언론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까지 제기하며 나홀로 법정에 서는 저를 염려하는 눈길을 모른채 회피
해야 했습니다.
지인들의 염려는 현실적이어서 신문 한 모퉁이에 게재된 반론문은 그동안 과장된 수치 때문에 천성산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로인하여 천성산 문제가 어떻게 확장되어 갔는지, 현 정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비약 시키고 있는지, 한 비구니가 겪은 아픔이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아무런 설명도 되지 않고, 법정에 선
조선은 여전히 "도대체 무슨 보도가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하고, 반론문까지 게재했던 동아는
역설적으로 "합의보도문의 게재를 이유로 위와 같은 수치를 인용 할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어야
한다는 것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있을 수 없는 간섭이라 아니 할 수 없습니다"라고 변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 날의 굶주림도 한 끼의 배부름으로 잊는다지요.
저는 돌연히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끝에 얼마전 제가 주고 받은 한통의 편지 글을 소개하여 드릴까합니다.
이 편지글은 얼마전까지 가장 예리하고 혹독하게 천성산 문제를 비판했던 서울대 박효종 교수님께서 보내
오신 답신 글로 이 이야기를 옮겨 놓음으로 제가 왜 모두가 끝난 일이라고 하는 이야기를 붙잡고 아직도
세상을 깃털처럼 떠돌고 있는지, 다시 법정에 서는 천성산 이야기를 통하여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이며 우리가 아직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그 답을 함께 찾아 보고 싶습니다. 정정해야 할 것은
손실 수치가 아니라 치유해야 할 상처가 아직 우리 가슴과 이 땅에 너무나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인용하는 것을 허락하여주신 교수님의 편지글과 제가 보내드린 멜을 조심스레 옮기며 한동안 머뭇거렸던
초록의 공명 이야기를 다시 시작합니다.
환경친화적 정부를 자처하며 도롱뇽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한 여승의 '로맨티시즘'을 살리느라 천성산 공사를 지연시켜 2조5000억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 <2008 신동아2월호 / 한국경제 2008년 1월 서울대 박효종교수> |
박효종 교수님께 보낸날짜 2008년 10월 03일
귀의 삼보 하옵고,
저는 지난 7년 동안 천성산 환경 보존 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도롱뇽 소송의 대변인으로 법정에 섰던
지율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교수님께서 지난 1월 16일자 한국경제 신문과 신동아 등에 천성산, 도롱뇽
소송 관련 기사와 기고를 하신 일이 있습니다.
이에 직접적인 당사자로서 또한 천성산 대책위원장으로서 천성산 문제의 이해를 위한 간략한 자료를
첨부하여 드립니다. 자료를 검토하여 보시고 교수님께서 주장하신 부분과 잘못 이해 된 부분에 대하여
회신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지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를 상대로 소송 중에 있으며 공식적으로 발표 된 모든 문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인 자리를 준비하기 전, 천성산 문제에 대하여 먼저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천성산 대책위 지율합장
지율스님께 보낸날짜 2008년 10월 04일
안녕하십니까.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의 박효종교수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스님의 글월을 받아보고
마음에 깊히 느낀 바가 있어 말씀을 드립니다.
저는 2008년 1월16일자 한국경제신문에 천성산공사를 지연시켜 2조5천억원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쓴바 있습니다. 또한 신동아등에도 그같은 내용의 수치를 사용했습니다.그런 금액은 당시 언론에서 보도
된 내용을 인용하여 쓴 것이었습니다.
이제 스님의 글과 첨부된 내용을 보고 시공업체가 밝힌 직접적 손실금액은 145억이라고 밝힌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점과 관련, 그동안 과장된 수치를 사용하여 쓴 것에 대하여 참으로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또한 그동안
스님께서 받으셨을 심적 고통에 대하여 정말로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한 글을 쓸 때 상기와 같은 내용을 적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다시 한번 송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받아들여주십시요.
감사합니다. 박효종 교수드림
지율입니다. 보낸날짜 2008년 10월 25일
망설임 속에서 글을 드립니다.
지난번 제가 교수님께 반론의 글을 부탁 드린 일이 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혹, 언론을 통해서 보셨는지 모르지만 저는 이 문제로 조선, 동아와 나홀로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소송을 결코 싸움이나 투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천성산 손실 문제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사실관계의 인과로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기고가 어렵다면 지난번 교수님께서 주신 답신 메일 글을 제가 인용 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혹, 다른 의견이 있으시면 말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지율합장
지율스님! 보낸날짜 2008년 10월 25일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지율스님께 보내드린 글속에 저의 뜻이 담겨있습니다.
당연히 물론 저의 답글을 인용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관계에 있어서 잘못된 점을 늦게서나마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박효종 교수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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