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회 수 8,685 추천 수 14 댓글 0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은 있다
벅찬 감동 사라진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할 사람이 있다
끓어오르던 체온을 식히며
고요히 눈감기 시작하는 저녁하늘로
쓸쓸히 날아가는 트럼펫 소리
사라진 것들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풀이란 풀 다 시들고
잎이란 잎 다 진 뒤에도
떠나야 할 길이 있고
이정표 잃은 뒤에도
찾아가야 할 땅이 있다
뜨겁던 날들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사랑이 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사랑해야 하는 날들"이 있습니다. 열정이 식은 뒤에도 우리는 일을 하고 사랑하며 살아야 합니다. 오직 열정과 설렘과 뜨거움으로만 사랑하는 건 아닙니다. 삶으로 사랑하기도 하고 정으로 사랑하며 살기도 합니다.
생에 있어서 감동의 기억이란 얼마나 소중한 것입니까? 개인과 사회를 밀고 가는 가장 큰 원동력의 하나가 감동입니다. 그러나 벅찬 감동으로 서로를 끌어안던 날이 있지만 감동이 영원히 우리를 밀고 가는 건 아닙니다. 감동이 추억의 자리로 물러난 뒤에도 부둥켜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그게 우리 인생입니다.
늘 뜨거운 감동과 눈물 나게 아름다운 일만을 경험하며 살 수는 없습니다. 뜨겁던 날이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기서부터 또 시작해야 할 나날의 삶이 있는 겁니다.
잎이 다 지고 세상이 황량하게 바뀌고 있는 걸 보면서도 떠나야 하는 길이 있고 이정표를 잃고 방황하면서도 멈추지 말고 찾아가야 할 땅이 있는 겁니다.
도종환/시인 |
번호 | 제목 | 글쓴이 | 조회 수 | 날짜 |
---|---|---|---|---|
공지 | 역대로 사람의 진정한 역사는 - 세종대왕 | 風文 | 22,834 | 2023.02.04 |
3160 |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 風文 | 191 | 2024.11.08 |
3159 | 돈은 '힘'이다? | 風文 | 300 | 2024.11.08 |
3158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현모양처 外 | 風文 | 234 | 2024.11.08 |
3157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화장 外 | 風文 | 235 | 2024.11.06 |
3156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잡초 外 | 風文 | 264 | 2024.11.04 |
3155 | 박테리아의 무서운 진화 | 風文 | 214 | 2024.11.04 |
3154 | 아이들이 숲에서 써 내려간 시(詩) | 風文 | 263 | 2024.11.01 |
3153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섬 外 | 風文 | 251 | 2024.11.01 |
3152 | 딸의 마음속 이야기 | 風文 | 219 | 2024.10.30 |
3151 | 이외수의 감성사전 - 군대 外 | 風文 | 678 | 2024.10.28 |
3150 | 이외수의 감성사전 - 말단사원 外 | 風文 | 176 | 2024.10.25 |
3149 | 비타민D를 어디서 구할까 | 風文 | 693 | 2024.10.25 |
3148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주정뱅이 外 | 風文 | 635 | 2024.10.24 |
3147 | 가공식품의 위험성 | 風文 | 685 | 2024.10.24 |
3146 | 이외수의 감성사전 - 크리스마스 外 | 風文 | 650 | 2024.10.23 |
3145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수면제 外 | 風文 | 666 | 2024.10.22 |
3144 | 식사 때 지켜야 할 수칙 | 風文 | 664 | 2024.10.22 |
3143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정오 外 | 風文 | 648 | 2024.10.21 |
3142 | 몸이 말하는 신호 | 風文 | 260 | 2024.10.21 |
3141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엑스트라 外 | 風文 | 646 | 2024.10.18 |
3140 | 혼은 어디로 갈까 | 風文 | 612 | 2024.10.18 |
3139 | 이외수의 감성사전 - 주인공 外 | 風文 | 544 | 2024.10.17 |
3138 | 지옥 같은 고통은 왜 올까 | 風文 | 531 | 2024.10.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