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요자와 만시는 내면의 자족에 이르는 것이 신심의 정점이라고 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생선을 즐겨 먹지만 생선이 없다 해서 불평하지 않는다. 재물을 즐기되 그 모든 재물이 없어졌다 해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높은 벼슬자리에 앉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 아까워하지 않는다. 지식을 탐구하되 남보다 더 안다 해서 뽐내지 않고 남보다 덜 안다 해서 주눅들지 않는다. 으리으리한 저택에 살 수도 있다. 그러나 산 속에서 밤하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드는 것을 경멸하지 않는다. 좋은 옷을 입지만 그 옷이 더러워지고 찢어져도 태연하다. 이와 같은 품성을 지녔기에 신심을 얻은 사람은 자유인이다. 아무 것도 그를 가두거나 가로막지 못한다."
불교에세이 『겨울부채』에 나오는 말입니다. 늘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고 감사할 줄 알며, 어떤 경우에도 집착하지 않을 때 이런 마음을 지닐 수 있을 겁니다. 재물이 없어졌지만 그게 본래 내 것이 아니라 잠시 내가 맡아가지고 있던 것이라 생각하면 서운하지 않습니다. 높은 자리도 나만 앉아야 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내가 잠시 앉았다 내주게 되어 있습니다. 모든 자리가 그렇습니다. 내가 가진 지식은 내 분야의 지식입니다. 내가 모르는 분야도 많고 내가 조금 더 아는 것도 있겠지만 그것도 극히 작은 부분을 알고 있는 것입니다. 교만할 이유도 주눅들 이유도 없는 것이지요.
좋은 옷도 더러워지고 새 옷도 시간이 흐르면 낡은 옷으로 변하는 게 자연의 이치입니다. 그것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얽매이지 않아야 합니다. 저택에 살든 산속 오두막에 살든 서로를 경멸하지 않고 사는 삶,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삶이 행복한 삶입니다. 그런 품성을 지닌 사람이 참 자유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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