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배 생각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 《좋은생각》 2008년 4월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