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명사의 띄어쓰기 (4)
‘만’의 띄어쓰기는 꽤 복잡하다. ‘만’은 크게 의존명사인 경우와 조사인 경우로 나뉜다. 무엇을 한정하거나 강조하는 뜻을 나타내는 ‘만’은 보조사이므로 앞말에 붙여 쓴다. 보조사는, ‘이/가, 을/를’과 같은 격조사와 달리, 명사뿐만 아니라 용언이나 부사에도 두루 붙어서 특별한 의미를 더해 주는 조사를 말한다. ‘은/는, 도, 만, 마저, 부터’ 따위가 있다. (밥만 먹고 운동은 안 하니까 살이 찌지. / 부모님의 허락을 받아야만 결혼할 수 있어요. / 빨리만 와 다오.)
보조사 ‘만’이 ‘(못)하다’와 함께 쓰여서 ‘앞말이 나타내는 대상이나 내용 정도에 달함’을 나타내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못)하다’는 별개의 동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즉 ‘집채만 한 파도’, ‘산만 한 덩치’, ‘형만 못한 아우’와 같이 ‘만’과 ‘(못)하다’를 띄어 써야 하는 것이다.
“태어난 지 사흘 만에 어미를 잃었다.”, “이게 얼마 만인가!”에서처럼 시간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쓰여서 ‘동안이 얼마간 계속되었음’을 나타내는 ‘만’은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에, 이다’와 같은 조사가 함께 쓰일 수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만’은 의존명사임을 알 수 있다.
‘앞말이 뜻하는 동작이나 행동이 가능하거나 타당함’을 나타내는 ‘만’도 의존명사이므로 띄어 써야 한다. 여기에 ‘-하다’를 붙여서 ‘~할 만하다’와 같은 꼴로 쓰기도 하는데, ‘만하다’는 보조용언으로 분류되므로 띄어 쓰는 것이 원칙이다. (그가 화를 낼 만도 하다. / 조금 아프지만 참을 만하다.)
‘마는’의 준말로 쓰이는 ‘만’도 있다. 이것은 조사이므로 붙여 쓴다. (나이는 들었지만 마음은 청춘이다. / 집에서 쉬겠다더니만 웬일로 나왔니?)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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