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이득’과 ‘개 좋아’
국어사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접두사 ‘개-’의 뜻은 ‘야생의, 질이 떨어지는, 흡사하지만 다른, 헛된, 쓸데없는, 정도가 심한’이다. 그러니 ‘개-’가 붙은 낱말을 좋은 뜻으로 쓰기는 어렵다. ‘개살구’나 ‘개떡’처럼 사물을 가리키는 말조차도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언짢은 것’을 비유하는 말로 더 흔히 쓰이는 게 현실이다.
‘개이득’이라는 생소한 낱말을 접했을 때, 나는 이 말이 ‘개꿈’처럼 ‘헛된’을 뜻하는 ‘개-’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개이득’이 ‘큰 이득’임을 알고는 혼란스러웠지만, 이 말이 ‘개고생’처럼 ‘정도가 심한’을 뜻하는 ‘개-’가 붙어 만들어졌을 거라 생각했다. ‘개이득’과 ‘개고생’의 ‘개-’는 ‘일상의 정도가 넘어선’이란 의미를 공유하고 있으니까. 물론 부정적으로 쓰이던 ‘개-’가 긍정적인 뜻까지 포괄하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그러나 이 또한 익숙해질 것이다. 접두사 ‘왕(王)-’은 ‘매우 큰’의 뜻으로 ‘왕소금’, ‘왕만두’ 등에 쓰이는 한편, ‘매우 심한’의 뜻으로 ‘왕고집’, ‘왕짜증’ 등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
그러나 명사에 붙을 접두사가 ‘개 좋다, 개 급하다, 개 맛있다’ 등처럼 쓰인 표현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개고생’이 ‘개고생하다’로 쓰이는 현상과 대비하면, ‘개 힘들다’가 만들어진 정황은 짐작할 수 있다. ‘정도가 심한/매우 큰’이란 뜻의 접두사 ‘개-’가 서술어와 호응하면서 ‘매우, 무척’이란 뜻의 부사로 변한 것이다. ‘왕-’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우리말의 파괴일까? 언어 변화 이론에서는 낱말이 접사로 바뀌는 변화를 문법화로, 접사가 낱말로 바뀌는 변화는 어휘화로 설명한다. 파괴보다는 변화로 보는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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