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내기
올해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 직전이다.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교차하는 때이다. 이맘때쯤이면 마지막 해를 보내는 해넘이 행사와 새해 첫 일출을 맞는 해맞이 행사로 전국 곳곳이 북적인다. 그런데 올해는 유례없는 조류 독감으로 전국 지자체마다 행사를 취소하고 있다.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 가고 있는데, 부디 더 이상 피해가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해넘이 축제, 해맞이 축제처럼 ‘해넘이’와 ‘해맞이’는 함께 쓰이는 일이 많다. 그런데 이 둘의 짝은 좀 어색한 데가 있다. 해넘이는 해가 넘어가는 일이니 해가 주체이다. 반면에 해맞이는 해를 맞는 일이니 사람이 주체가 되는 말이다. 제대로 맺어 준다면 해넘이(일몰)의 짝은 해돋이(일출)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해맞이의 짝은 무엇일까. 안타깝게도 그 적절한 말은 없는 듯하다. 해맞이에는 떠오르는 해를 맞는다, 새해를 맞는다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어떤 뜻으로든 그 짝이 될 말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한자어로는 한해를 보내는 송년(送年), 새해를 맞는 영년(迎年)의 짝이 있지만, 해맞이에 어울릴 만한 말은 없다. 그러고 보면 달맞이는 있어도 달을 보낸다는 뜻의 말도 없는 것 같다. 해든 달이든 보내는 아쉬움이 커서 차마 말을 만들지 못했을까.
그런데 인터넷 한 귀퉁이에 ‘해보내기’라는 말이 보인다. 어린이집에서 해보내기 행사를 한다는 소식, 또 해보내기 굿이 열린다는 알림 글도 보인다. 국어사전에도, 국립국어원 말뭉치 자료에도, 우리말샘에도 없는 낱말이다. 인터넷에서도 아직 그 쓰임은 매우 적은데, 해맞이의 짝으로 널리 쓰면 좋을 것 같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 속에서도 ‘해보내기’라는 낱말 하나가 작은 기쁨을 준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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