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발’이 끝내줘요?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발음할 때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 중 하나가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면발’과 ‘보름달’은 경음화시켜 [면빨]과 [보름딸]로 발음해야 하는데, 외국인들은 이를 표기대로 [면발]과 [보름달]이라고 잘못 발음하기 쉽다. 실제로 귀화 외국인 로버트 할리는 라면 광고에 출연해 “[면발]이 끝내줘요”라고 발음하기도 했다.
‘면발’을 [면빨]로 발음하는 이유는 ‘표준발음법’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표준발음법’ 제6장에 보면 ‘면-발’과 ‘보름-달’과 같이 ‘합성어 중에 표기상으로는 사이시옷이 없더라도 관형격 기능을 지니는 사이시옷이 있어야 할 경우에는 된소리로 발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외에도 ‘국수[국쑤]’ ‘돋보기[돋뽀기]’ ‘곱절[곱쩔]’처럼 ‘ㄱ ㄷ ㅂ’ 계열의 받침 뒤에 연결되는 자음은 된소리로 발음하며, ‘갈등[갈뜽]’ ‘발전[발쩐]’과 같이 ‘ㄹ’ 받침의 한자어들은 비록 ‘ㄱ ㄷ ㅂ’ 계열의 받침이 아니어도 된소리로 발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자어 중에는 모음이나 ‘ㄴ ㅁ ㅇ’ 받침 뒤에서도 된소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과(內科)[내ː꽈]’ ‘국제법(國際法)[국제뻡]’ ‘난치병(難治病)[난ː치뼝]’ ‘인간성(人間性)[인간썽]’ ‘불감증(不感症)[불감쯩]’ ‘성층권(成層圈)[성층꿘]’의 예들이 그것이다. 이상의 예들처럼 한자어 ‘과(科) 법(法) 병(病)’ 등과 한자어계 접미사 ‘-성(性) -증(症) -권(圈)’ 등이 결합할 때에는 표기대로 발음하지 않고 경음화시켜 발음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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