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대하여’를 어찌할까요
우리말에서 ‘-에 대하여’란 표현이 많이 쓰이는데, 그중 적잖은 예들이 ‘-을’이나 ‘-에, -에게’ 등으로 고쳐 쓸 만한 것들이다. 법령문에서 특히 이러한 표현을 많이 쓰는데, 예를 들어 “직원에 대하여 협박하거나”는 “직원을 협박하거나”로, “관계인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다”는 “관계인에게 질문할 수 있다”로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다.
그동안 법제처는 이처럼 남용되는 ‘-에 대하여’를 바로잡아 왔는데, 최근 교육부도 앞으로 이 ‘-에 대하여’를 교과서에서 쓰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이를테면 “삶의 자세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를 “삶의 자세를 생각해 봅시다.”로 고쳐 쓰는 식이다. 이렇게 교육 현장에서 국어를 갈고 닦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다만 ‘-에 대하여’를 쓰지 말아야 할 이유가 어렵거나 어색해서가 아니라 일본어투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말의 기원을 장담하는 것도 쉽지 않겠지만, 자칫 이러한 태도는 우리말 표현을 옥죄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 이를테면 ‘올바른 운동법에 대하여 토론해 봅시다’를 ‘올바른 운동법을 토론해 봅시다’라고 할 수는 없지는 않겠는가. 물론 ‘올바른 운동법이 무엇인지 토론해 봅시다’처럼 쓸 수는 있지만, 이렇게 다양한 표현의 갈래를 제약하는 자체가 국어의 힘을 떨어뜨리게 된다.
더 쉽고 고운 말로 교과서 문장을 가다듬는 것은 백번 찬성할 일이다. 방침에서도 제시하듯이 가능하면 ‘이유, 의미’보다는 ‘까닭, 뜻’처럼 쉬운 말을 살려 쓰는 것이 좋고, ‘소감’보다는 ‘느낀 점’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이유, 의미’ ‘-에 대하여’가 자연스러울 때가 있으므로 상황에 맞게 가려 쓰는 지혜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