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우다, 끼이다, 끼다
‘끼우다, 끼이다, 끼다’는 뜻과 용법이 조금 복잡하다. 찬찬히 살펴보자.
‘끼우다’는 타동사, 즉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이다. ‘무엇을 비교적 좁은 틈에 넣거나 꽂거나 하여 빠지지 않게 하다’ 또는 ‘누구를 한 무리에 섞거나 덧붙여 들게 하다’라는 뜻을 나타낸다. ‘끼우다’는 ‘끼우어(끼워), 끼우니, 끼운’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을 한다. “그들은 자기들의 술추렴에 나를 끼워 주었고, 따뜻한 아랫목을 기꺼이 내게 양보했다.”(이문열, 그해 겨울)
‘끼이다’는 자동사, 즉 목적어가 필요 없는 동사이다. ‘무엇이 비교적 좁은 틈에 넣어지거나 꽂혀서 빠지지 않게 되다’ 또는 ‘누가 한 무리에 섞여 들거나 어떤 일에 관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끼이다’는 ‘끼이어(끼여), 끼이니, 끼인’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을 한다. “그의 튼튼한 누런 이빨 사이에 끼인 고춧가루가 눈에 띄었다.”(김원일, 어둠의 축제)
‘끼우다’와 ‘끼이다’는 모두 ‘끼다’로 줄여 쓸 수 있다. 이때의 ‘끼다’는 ‘끼어(껴), 끼니, 낀’과 같은 방식으로 활용을 한다. “형님이 나를 어떤 단위조합에라도 끼어 넣어 주십시오.”(이병주, 지리산) 이 문장에 쓰인 ‘끼어’는 ‘끼우어(끼워)’로 바꿔 쓸 수 있다. 반면에, “두령들도 변복한 뒤에 금구에서 일단 모이기로 약속한 후 군사들 틈에 끼어 뿔뿔이 흩어졌다.”(유현종, 들불) 이 문장에 쓰인 ‘끼어’는 ‘끼이어(끼여)’로 바꿔 쓸 수 있다.
‘끼다’에는 ‘끼우다’나 ‘끼이다’의 준말이 아닌 것도 있다. ‘팔짱을 끼고 걷다’ ‘학교 건물을 끼고 골목으로 들어가다’ ‘구름이 낀 하늘’ ‘창문에 먼지가 잔뜩 끼어 있다’ 등과 같은 용례에서는 ‘끼다’를 ‘끼이다’나 ‘끼우다’로 바꿔 쓸 수 없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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