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형어미
‘동명사’란 동사와 명사의 기능을 겸하는 것을 말한다. 영어에서는 동사에 ‘-ing’를 붙여 만든다. 국어에서 이와 비슷한 것이 ‘-기’와 ‘-ㅁ/-음’이다. 이들을 ‘명사형어미’라고 한다. “우리는 네가 성공하기를 원한다.”에서 ‘성공하기’는 ‘네가 성공하기’라는 안긴문장의 서술어이면서, 조사 ‘를’이 붙어서 안은문장(전체 문장)의 목적어가 된다. 서술어가 되는 것은 동사의 속성이 있어서, 조사가 붙는 것은 명사의 속성이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나는 네가 집에 있음을 알고 있다.”에서도 ‘있음’은 안긴문장의 서술어이자 안은문장의 목적어가 된다. 이런 점에서 ‘-기’와 ‘-ㅁ/-음’은 ‘-ing’와 닮았다. 그런데 ‘-ㅁ/-음’을 적을 때에는 언제 ‘-음’을 쓰고, 언제 ‘-ㅁ’을 쓰는지를 잘 알아두어야 한다.
“다름, 돌봄, 설렘, 만듦, 베풂”처럼 모음이나 ‘ㄹ’ 받침 뒤에는 ‘-ㅁ’을 쓴다. 그런데 ‘만듦, 베풂’을 ‘만듬, 베품’으로 잘못 적는 경우가 많다. 소리는 [-듬, -품]으로 나지만 적을 때는 ‘ㄹ’을 살려서 겹받침으로 적어야 한다. ‘살다, 알다’의 명사형을 ‘삶, 앎’으로 적는 이치와 같다.
“적음, 좋음, 했음, 있음, 없음”처럼 ‘ㄹ’을 제외한 받침 뒤에는 ‘-음’을 쓴다. 그런데 ‘있음, 없음’을 ‘있슴, 없슴’으로 잘못 적는 경우도 잦다. ‘-읍니다, -습니다’를 구분해서 쓰던 것을 1988년에 표준어규정을 개정하면서 ‘-습니다’로 통일하기로 함에 따라 ‘있습니다/있읍니다’도 ‘있습니다’로만 적게 되었는데, ‘있음’도 ‘있슴’으로 바뀐 것으로 잘못 알려지면서 혼란이 생기게 된 것이다. 애당초 ‘-슴’이라는 어미는 없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혼란이었다.
이대성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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