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게? 수케? 수게!
봄에는 암게의 살이 차고 가을에는 수게의 살이 차서 봄은 암게가 제철이고 가을은 수게가 제철이라고 한다. 그래서 요즘 수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수게’를 적을 때 ‘숫게’ 혹은 ‘수케’ 라고 적거나, 발음할 때에도 [수께] 혹은 [수케]라고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수게’의 정확한 표기와 발음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수게’의 정확한 표기는 ‘수게’이고 발음 역시 표기대로 [수게]로 발음해야 한다.
‘수게’를 ‘수케’ 혹은 ‘숫게’로 잘못 적는 이유는 개의 수컷을 ‘수캐’로 적고 염소의 수컷을 ‘숫염소’라고 적는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중세국어에서 ㅎ이 덧붙는 ‘ㅎ 곡용어’의 잔재로 ‘살’에 ‘ㅎ’이 덧붙어 ‘살코기’가 된 것처럼 ‘수(암)’ 역시 ‘ㅎ’이 덧붙어 ‘수(암)캐’가 되었다. 이처럼 접두사 ‘수(암)’에 ‘ㅎ’이 덧붙는 표기가 허용된 단어는 ‘수(암)캉아지’ ‘수(암)캐’ ‘수(암)컷’ ‘수(암)키와’ ‘수(암)탉’ ‘수(암)탕나귀’ ‘수(암)톨쩌귀’ ‘수(암)퇘지’ ‘수(암)평아리’ 등 18개 단어다. 나머지는 모두 ‘수(암)게’ ‘수(암)개미’ ‘수(암)거미’처럼 ‘ㅎ’이 첨가되지 않은 형태로 써야 한다.
또한 염소의 수컷을 ‘수염소’가 아닌 ‘숫염소’로 적는 이유는 언중들이 이를 [순념소]로 발음해 사이시옷과 비슷한 소리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숫’을 접두사로 사용하는 단어는 ‘숫양’ ‘숫염소’ ‘숫쥐’ 등 3개 단어뿐이다. 나머지는 접두사 ‘수’를 써서 ‘수소’ ‘수게’ ‘수놈’ ‘수나비’처럼 적어야 하고 발음도 표기대로 발음해야 한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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