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스’와 ‘맥아더’
요즘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사드’ 배치 문제는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 ‘사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필자는 당연히 ‘S’로 시작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원어는 THAAD(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였다. 영어 ‘th’ 발음은 우리말에 없는 것이어서, 때로는 ‘ㅅ, ㅆ’, 때로는 ‘ㄷ, ㄸ’ 등으로 다양하게 발음되지만,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ㅅ’으로 표기하도록 정해져 있다.
이 표기 규정에 따라 종전의 익숙한 표기가 바뀐 것이 일부 있는데, 세대에 따라서는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전설적인 왕 ‘아서 왕’이다. 이는 그 동안 ‘아더 왕’으로 쓰던 것으로서, 지금도 ‘아더 왕의 전설’, ‘킹 아더’와 같은 영화 제목이 통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아서 왕’의 표기에 익숙해져야 한다.
셰익스피어 희곡 작품의 주인공 ‘오셀로’로 마찬가지다. 필자에게도 익숙한 이름은 ‘오델로’이지만, 지금은 ‘오셀로’라는 새 이름에 적응해야 한다. ‘맥베드’ 역시 잘못된 표기이며 ‘맥베스’라고 해야 한다.
그렇다면 ‘맥아더’는 어떨까. 한국전쟁 참전 장군인 그는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알 정도로 익숙한 인물이다. 표기 원칙에 따르면 그의 이름은 ‘머카서’로 적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낯설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장군의 이름만큼은 관용에 따라 ‘맥아더’로 쓰도록 하고 있다.
‘사드’ 소식을 자주 접하다가 그 발음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다. 분단국으로서의 아픔이 느껴지는 요즘, ‘맥아더’ 장군을 떠올리면서 ‘사드’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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