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지 난다?
우리나라는 35년간의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돼 독립을 이루었다. 민족의 해방을 기념하기 위해 1987년 독립기념관을 개관했고 1995년에는 일제 지배를 상징하는 구 조선총독부 건물을 철거하기도 했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35년 동안의 일제 지배 잔재를 청산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 각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지만 정작 우리의 얼을 담고 있는 말에서 일제의 잔재가 여전히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말에서 일본어 표현들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맨 겉에 입는 웃옷을 흔히 ‘마이’라고 표현하는데 ‘마이’는 ‘단추가 한 줄로 달린 겉옷’을 뜻하는 일본어 ‘가타마에(かたまえ, 片前)’에서 온 말이다. 또한 소매가 없는 윗옷인 민소매 옷을 ‘나시’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소매 없는 옷을 뜻하는 일본어 ‘소데나시(そでなし, 袖無し)’에서 온 말이다. 의상에 주로 사용하는 물방울무늬를 ‘땡땡이무늬’라고 하는데 여기서 ‘땡땡이’는 ‘몇 개의 점’을 뜻하는 ‘텐텐(てんてん, 点点)’에 ‘이’가 붙은 것이다. 또한 줄무늬 티셔츠를 ‘단가라 티’라고 하는데, ‘단가라’는 ‘계단 무늬’를 뜻하는 ‘段柄’의 일본어 발음을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또한 ‘어깨가 넓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가다가 좋다’라는 말에서 ‘어깨’를 뜻하는 일본어 ‘가타(かた, 肩)’가 사용되었고
‘멋있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간지 난다’라는 표현에서는 ‘느낌’을 뜻하는 일본어 ‘칸지(かんじ, 感じ)’가 그대로 사용되었다. ‘간지 난다’는 말의 어원을 알게 됐다면 앞으로 ‘멋있다’의 의미로 ‘간지 난다’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유지철 KBS 아나운서실 한국어연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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