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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의 ‘일광욕 의자’
여름 하면 떠오르는 장면 가운데 하나는 긴 의자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이다. 필자는 그 의자를 무어라 부르는지 궁금했었는데, 최근 그 이름이 ‘선베드’라는 것을 알았다. 여름 휴가철 용어로 이와 같이 낯선 외래어는 또 있다. ‘풀빌라’는 전용 수영장이 딸린 숙박업소, ‘루프톱’은 야외 카페 등이 있는 건물 옥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역시 필자에게는 생소한 말들이다.
가뜩이나 무더운 여름, 이런 외래어들은 뭔가 거추장스러운 옷 같다는 느낌이다. 다행히 최근 국립국어원은 이 세 가지 여름 휴가철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어 선보였다. ‘선베드’는 ‘일광욕 의자’, ‘풀빌라’는 ‘(전용) 수영장 빌라’, ‘루프톱’은 ‘옥상’으로 다듬은 것이다. 그 말들로 대화를 한번 꾸며 보았다.
“김 대리, 이번 여름휴가 어디로 가나?”
“네, 저는 가족끼리 전용 수영장 빌라(←풀빌라)에 가 보려고요. 과장님은요?”
“아, 나는 어디 가까운 빌딩 옥상(←루프톱)에 가서 일광욕 의자(←선베드)에 누워서 잠이나 푹 잘 거야.”
이렇게 쉬운 말을 쓰면 시원스럽게 뜻이 통하지 않는가? 괄호 속의 ‘풀빌라, 루프톱, 선베드’의 낯선 말보다는 ‘전용 수영장 빌라, 옥상, 일광욕 의자’가 가볍고 편한 느낌이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재충전하면서 이 말들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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