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님 코끼리 만지듯 대신 ‘주먹구구식’으로
최근 어느 미용사가 뇌병변 장애를 앓아 몸이 불편한 사람에게 터무니없이 많은 요금을 내게 한 일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차별 대우로 상처를 준 데 대해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꼭 그런 행동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 표현으로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 중에는 다른 사람을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뜻이 담긴 말들이 있다. 이런 말을 쓰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전과 달리 요새는 ‘병신’이나 ‘불구자’ ‘절름발이’ 같이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비하하는 말은 잘 쓰지 않는다. 그런 말을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는 인식이 어느 정도 정착된 듯하다. 굳이 장애인을 가리켜야 할 때에도 ‘장님’이나 ‘벙어리’ 대신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 법정 용어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비유적 표현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데서도 ‘벙어리 냉가슴’이니 ‘장님 코끼리 만지듯’이니 하는 표현들을 흔히 쓴다. 어딘가 구색이 잘 갖추어지지 않은 것을 나타낼 때에는 ‘절름발이 위원회’ 같은 비유를 곧잘 한다. 그러나 이런 것도 쓰지 말아야 한다.
물론 나쁜 의도는 전혀 없으며 예전부터 사용하던 속담이나 관용 표현을 쓴 것뿐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이런 표현에 상처 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옳다. 굳이 장애에 빗댄 표현을 쓰려고 하지 말고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든가 ‘주먹구구식’ 등 다른 표현을 찾아보려 애쓸 필요가 있다. 장애인을 차별하고 비하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이 없던 시절에 만들어진 말들을 계속 사용하기보다는 그것을 대체할 새로운 표현들을 궁리해 봐야 하겠다.
정희원 국립국어원 어문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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