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선염’과 ‘귀밑샘염’
봄철을 맞아 예년처럼 어린이들 사이에 유행성 이하선염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병은 전통적으로 ‘볼거리’라고 하는 것으로, 귀 밑의 침샘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그런데 ‘이하선’은 무슨 뜻일까? 이는 ‘耳下腺’ 즉 ‘귀 밑의 샘’이라는 말이다. ‘샘’은 우리 몸에서 물질을 분비ㆍ배출하는 조직이다. 한자로는 ‘腺(샘 선)’인데 ‘누선, 갑상선, 내분비선, 전립선’ 등에 붙어 쓰인다. 그런데 ‘누선’을 ‘눈물샘’이라고 하듯이 ‘이하선’을 쉬운 말로 바꾼 것이 ‘귀밑샘’이다. 아직까지 더 익숙한 말은 ‘이하선염’이지만 적잖은 신문에서 ‘귀밑샘염’을 괄호 안에 함께 쓰는 것을 보니 당분간 두 단어의 경쟁 관계가 이어질 것 같다.
한편 ‘이하선염’은 어떻게 발음할까? 일부 방송에서 [이하서념]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올바른 발음은 [이ː하선념]이다. ‘솜-이불, 내복-약, 늑막-염’ 등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말이 자음으로 끝나고 뒷말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이다. 즉 [솜니불, 내봉냑, 능망념]으로 발음한다.
‘늑막염’처럼 ‘-염(炎)’이 결합한 병명은 거의 모두 이 원칙에 따라 ‘ㄴ’을 첨가하여 발음한다. 즉 ‘복막염, 결막염, 관절염, 방광염’ 등의 표준 발음도 [봉망념, 결망념, 관절렴(관절념→관절렴), 방광념]이다. 그런데 ‘늑막염’을 어떻게 발음하는지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능망념]보다 [능마겸]이라는 답이 더 많다. 그만큼 이 단어들을 ‘ㄴ’ 첨가 없이 발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표준 발음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 ‘귀밑샘염’도 [귀믿쌤념]으로 발음한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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