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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꽃 이름
오늘 이야기는 꽃 이름 세 가지.
첫째는 오래 전 이 땅에서 태어나 전해 오는 이름들이다. 전래의 봄꽃 이름만 해도 진달래, 민들레, 꽃다지, 남산제비꽃, 나도바람꽃, 은난초, 히어리, 봄맞이, 골무꽃, 양지꽃 등 그야말로 지천이다. 김용택 시인은 ‘흉년 양식’이라는 시에서 밀래초, 코딱지나물, 풍년초 등을 일러 “저 남산 꽃산자락에 이 모든 풀이 다 우리들의 밥이었니라 목숨이었니라”라고 노래하였는데, 이를 흉내 내어 말한다면 이 꽃 이름들은 우리말의 목숨 같은 양식이다.
둘째는 이 시대에 태어난 이름이다. 지난해 학교 행사용으로 주문한 물품 중에 이른바 ‘코르사주’라는 게 빠져 있었다. 필자도 그리 익숙지 않은 단어라 더듬거리고 있는데, 배달 온 분이 “가슴꽃 말이죠?”라고 하는 것이었다. 가슴에 다는 꽃, 가슴꽃. 참 쉽고 편한 말이었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말이지만, 나중에 보니 해당 업계에서 조금씩은 쓰이고 있었다. 프랑스어에서 온 ‘코르사주(corsage)’는 어렵게 느껴지는 말이다. 그렇다 보니 종종 ‘코사지, 꽃사지’ 등으로 변형되어 쓰이기도 한다. 정부의 공식적인 순화어는 ‘맵시꽃’이지만 ‘가슴꽃’은 당당히 언중들 사이에서 태어난 말이다. 그래서 더욱 애정이 간다.
셋째는 꽃이 아닌 꽃이다. 이 무렵 필자가 사는 남해안에는 바다에도 봄이 오고 있다. 이곳에는 벚꽃 필 때가 되면 바다 밑에는 멍게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멍게꽃’은 발갛게 물이 오르는 멍게가 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눈꽃’처럼 언중들이 만들어낸 멋진 비유적 표현이자 어민들의 기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말이다. 세 가지 꽃 이름들, 우리말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이런 말들이 정말 고맙다.
허철구 창원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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